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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전망대]캐나다 소도시에 꽃핀 한류

  • 고투잡관…
  • 2013.04.1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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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새 학기가 시작될 무렵이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콘텐츠 기업 사장을 저녁 자리에서 만났다. 캐나다에 다녀온 걸 알았기에 출장 잘 다녀왔냐고 물었다. 사실은 아들녀석 유학 때문에 다녀왔다고 한다. 진로 때문에 고민하다가 조기유학을 시켰고 캐나다 지방 소도시 고등학교로 아이를 보냈다. 회사 일로 바빠서 가보지 못하다 가을 학기에야 잠깐 들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엉뚱 발랄했지만 공부를 잘하는 편도 아니고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 아들에게 적응은 잘 되냐고 묻자 아들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아빠, 나 이 학교 완전 먹었어.” “나 한국 안가고 싶어!” “여기 학교생활 너무 재미있어, 정말 오길 잘 했어.”

[콘텐츠 전망대]캐나다 소도시에 꽃핀 한류

한국 학생이라고는 없는 낯선 외국 지방학교에서 적응이 힘들 것이라 걱정했는데 신기한 반응이었다고 술회했다. 내용은 이랬다. 조그만 시골학교라 한국에서 학생이 오니까 전교생이 모인 자리에서 인사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이때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교장선생님이 강남스타일을 아냐고, 할 수 있냐고 물었단다. 이 친구 평소 공부보다는 춤과 음악이 친했던 친구라 즉석에서 시범을 보였고 전교생이 환호 속에 따라했다. 이 날부터 학교의 스타가 됐다.

문화의 힘은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곳까지 힘을 미친다. 예측되고 계산된 것은 작은 부분이다. 이런 것이 다른 산업과 확연히 다른 문화 산업의 힘이다. 한류의 산업화를 드라마, 영화, K팝 수출액 만으로 이야기하면 곤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한류상품 수출 성장률은 우리나라의 가전, 화장품, 자동차 산업 수출 성장률과 상관관계가 매우 높음이 증명됐지만 이 부분을 한류산업에 포함하지는 않는다. 한류는 그 밑바탕에 깔렸다. 우리가 월드컵 4강에 진출할 때 그 기쁨을 스포츠산업의 수출액과 연결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예산은 그렇지 않다. 현재 해당 산업의 GDP 기여도 등과 비례해 책정한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 정보통신(IT) 등 전략산업 재정 투입비율은 국가 전체 예산의 7%에 달한다. 

반면 한류의 기본이 되는 콘텐츠 진흥 관련 예산은 0.2% 정도에 불과하다. 금액도 콘텐츠 강국 영국의 15분의 1 수준이다. 물론 국내 콘텐츠 산업의 수출비중은 0.7%고 고용비중이 2.2% 밖에 안 된다. 국민 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아직 낮다. 영국 문화는 수출비중이 4.1%고 고용비중이 7.8%에 이른다. 하지만 해리포터를 낳은 영국의 성과는 1997년부터 시작된 창조산업 육성 전략의 결과다. 금융산업에 이어 창조산업을 키우겠다는 영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의 결과다. 

이를 IT산업 대표주자인 통신에 비유하면 더욱 확연하다. 당시 상황이 GSM이니까 CDMA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과연 우리가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한 적이 없다고 포니 수출 지원을 위한 정책을 만들지 않았다면 현재 자동차 수출이 가능할까. 지금 한류로 대표되는 한국 콘텐츠산업은 이제 막 미국에 포니를 수출한 자동차산업과 같다. 현재 국민경제에 대한 직접적인 기여도도 중요하지만 미래에 대한 준비도 중요하다.

인류 역사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인류는 농경사회와 산업사회, 지식정보 사회를 거쳐 감성사회로 가고 있다. 인류 산업 발달 역사 속에서 불행하게도 한국은 과거 중심에서 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동양의 작은 나라가 인류 산업발달 역사가 지식정보사회로 무르익어 갈 무렵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과감한 투자와 아이디어를 가지고 IT산업이라는 무기를 만들어 당대 세계 산업 흐름을 주도하는 나라가 됐다. 인류 산업 발달의 역사라는 톱니와 한국 산업발달의 역사라는 톱니가 따로 돌다가 지식정보사회로 접어들면서 이가 물리고 큰 힘을 내며 벌어진 상황이다. 

세계 1차대전이 일어난 원인이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 황태자부부 암살사건 때문이라고 하지만 배경에는 여러 상황이 겹쳤다. 사건은 터지기 위한 단초를 제공한 것 뿐이다. `싸이 강남스타일`로 대표되는 한류는 그냥 갑자기 터진 것이 아니다. 싸이가 아니라도 K팝으로 대표되는 한류는 터졌다. 제반 여건과 환경이 쌓였기 때문이다. 기회를 잡아야 도래하는 감성사회 모드에서 세계를 이끌 수 있다. 이제는 콘텐츠산업 예산 책정부터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적극성이 필요한 때다. 

김현우 리딩인베스455트먼트 대표(한양대학교 겸임교수) hwood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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